모두에게 같은 규칙을 적용하는 것만으로 접근과 참여의 기회가 보장되는가?
같은 규칙은 사람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정성의 중요한 기반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몸과 언어, 소득, 돌봄 책임, 과거의 기회가 서로 다른 상태에서 규칙을 만난다. 계단을 모두에게 똑같이 이용하게 하는 규칙은 휠체어 사용자를 배제하고, 같은 시간과 형식의 시험은 특정 장애와 언어 배경을 가진 사람에게 다른 장벽이 될 수 있다. 이 질문이 문제가 되는 까닭은 동등한 대우와 실질적인 참여 기회가 항상 일치하지 않으며, 차이를 고려한 조정이 특혜나 역차별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회의 보장은 규칙 앞의 동일성과 함께 실제로 접근하고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포함한다. 합리적 편의와 추가 지원은 결과를 보장하기보다 장벽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어떤 차이를 고려해야 하는지, 지원의 범위와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 기준의 핵심을 훼손하지 않는지 논쟁이 생긴다. 모든 차이를 개별적으로 반영하기 어렵고, 지원을 받기 위해 개인이 자신의 장애와 빈곤을 반복해서 증명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보편적 설계와 개별 조정은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가진다. 학교에서 모든 학생에게 같은 교재를 제공해도 점자와 쉬운 글, 통역이 없으면 참여가 다르다. 채용 시험의 동일한 시간 제한은 업무의 본질과 무관하게 특정 장애인을 배제할 수 있고, 온라인 행정만 제공하면 디지털 접근이 어려운 노인과 이주민이 권리를 이용하기 힘들다. 직장의 육아휴직과 유연근무, 선거의 이동 편의와 번역, 의료기관의 비용과 지역 격차에서도 형식적 규칙과 실질적 접근의 차이가 나타난다. 보장되는가라는 물음은 모든 사람에게 다른 기준을 적용하거나 결과를 같게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과 다르다. 규칙이 보호하려는 목적과 참여에 필수적인 능력, 우연한 장벽을 구분해야 한다. 질문의 핵심은 동일성과 차등 대우 중 하나를 고르는 데 있지 않다. 같은 규칙이 기존의 유리함을 중립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는지, 필요한 조정이 누구의 권리와 비용에 영향을 주는지, 다양한 사람이 공동의 제도에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 공정함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있다.
1. 아리스토텔레스 - 동등함은 목적과 관련된 차이를 구별한다
#### *Ēthika Nikomacheia* (니코마코스 윤리학)
우리는 부정의한 사람과 부정의한 행위가 공정하지 않거나 평등하지 않음을 보였다. 이제 어느 경우든 관련된 두 불평등 사이에 중간이 있음은 분명하다. 그것은 평등한 것이다. 더 많고 더 적은 것이 있는 모든 행위에는 평등한 것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정의한 것이 불평등하다면 정의로운 것은 평등하다. 논증 없이도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 평등한 것은 중간이므로 정의로운 것도 중간이다. 평등은 적어도 두 가지를 포함한다. 따라서 정의로운 것은 중간이면서 평등하고 상대적이어야 한다. 곧 어떤 사람들에게 정의로워야 한다. 평등한 것은 중간이므로 더 큰 것과 더 작은 것 사이에 있어야 하며, 평등한 것으로서는 두 가지를 포함하고, 정의로운 것으로서는 어떤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정의로운 것에는 적어도 네 항이 들어 있다. 그것이 실제로 정의로운 대상인 사람은 둘이고, 정의가 나타나는 배분 대상도 둘이기 때문이다. 사람들 사이와 관련된 것들 사이에는 같은 평등이 있어야 한다. 관련된 것들의 관계와 사람들의 관계가 같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평등하지 않으면 평등한 몫을 갖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다툼과 불평의 원인이 된다. 평등한 사람들이 불평등한 몫을 갖거나 받거나, 불평등한 사람들이 평등한 몫을 받을 때 그러하다. 또 보상이 공적에 따라야 한다는 사실에서도 이것은 분명하다. 모든 사람은 배분에서 정의로운 것이 어떤 의미에서 공적에 따라야 한다고 동의하지만, 같은 종류의 공적을 지정하지는 않는다. 민주정의 지지자는 자유민이라는 지위와, 과두정의 지지자는 부 또는 좋은 출생과, 귀족정의 지지자는 탁월함과 그것을 동일시한다.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5권 3장, Bekker 1131a10–29, “We have shown that both the unjust man” 문단 전체, W. D. Ross 영어 번역; 영어 번역본의 한국어 번역. [영어 번역본](https://classics.mit.edu/Aristotle/nicomachaen.5.v.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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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로운 배분에서 사람과 몫의 관계를 함께 평가한다. 같은 몫을 주더라도 관련된 사람들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따라 다툼이 생기며, 공적의 기준 자체에도 이견이 있다. 기회의 질문에는 동일한 형식이 실제 참여를 보장하는지 살피는 데 적용할 수 있다. 다만 본문이 현대의 장애 편의나 지원 정책을 직접 제시한 것은 아니다. 어떤 차이가 목적에 관련되고 어떤 차이는 차별의 근거가 될 수 없는지 오늘의 동등한 권리를 바탕으로 따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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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규칙이 다른 조건의 사람에게 서로 다른 장벽이 될 수 있다. 모든 시험에 같은 시간을 주면 형식은 동일하지만 읽기 장애와 이동 장애가 있는 사람은 지식을 보여 줄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다. 모든 민원과 채용을 온라인으로만 받으면 디지털 기기·언어·인증수단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은 참여하지 못한다. 건물의 정문을 모두에게 열어 두어도 계단만 있다면 휠체어 사용자의 접근은 보장되지 않는다. 반대로 조정이 목적과 무관한 특혜가 되지 않도록 어떤 장벽을 제거하며 핵심 기준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한다. 시험의 목적이 지식을 평가하는 것이라면 추가시간과 보조기기는 기준을 낮추는 일이 아니라 장애가 만든 부수적 장벽을 줄이는 조정일 수 있다. 안전이나 직무의 본질적 기능과 직접 연결된 기준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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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과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려면 동일한 기본권과 절차 위에 필요한 조정을 더해야 한다. 먼저 제도의 목적과 핵심 기준을 명확히 하고, 현재 규칙이 누구에게 어떤 장벽을 만드는지 당사자와 함께 조사한다. 이어 장벽을 줄일 수 있는 여러 수단 가운데 효과와 부담을 비교하고, 조정이 다른 사람의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하는지도 살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구분은 ‘모두에게 똑같이’와 ‘사람마다 다르게’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는 규칙이 아니다. 같은 지위와 권리를 보장하면서 목적에 관련된 차이를 고려하라는 요구다. 조정받는 사람이 자신의 결핍을 반복해서 공개하거나 감사를 증명해야 한다면 참여의 존엄이 훼손될 수 있으므로, 가능한 부분은 보편적 설계로 처음부터 장벽을 줄이는 편이 낫다. 동등함은 규칙의 문장이 같은지보다 사람들이 실제로 참여하고 능력을 표현할 수 있는지에서 확인되어야 한다.
2. 존 듀이 - 참여의 기회는 제도가 유연하게 조정될 때 생긴다
#### *Democracy and Education: An Introduction to the Philosophy of Education* (민주주의와 교육)
민주정은 정부의 형태 이상이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함께 살아가는 방식, 공동으로 소통하는 경험의 방식이다. 하나의 관심에 참여하는 개인들의 수가 공간적으로 넓어져 각자가 자기 행위를 다른 사람들의 행위와 연결하고, 자기 행위의 의미와 방향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행위를 고려하게 되는 것은, 사람들이 자기 활동의 전체 의미를 알아보지 못하게 가로막던 계급과 인종, 국가 영역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과 같다. 더 많고 더 다양한 접촉점은 개인이 응답해야 할 자극의 다양성이 더 커짐을 뜻한다. 따라서 그것은 행위의 변화를 장려한다. 배타적인 집단이 많은 관심을 닫아 버릴 때처럼 행동의 자극이 부분적이면 억눌려 있는 능력들이, 이런 접촉을 통해 풀려난다.
존 듀이, 『Democracy and Education』 제7장 「The Democratic Conception in Education」 제2절 「The Democratic Ideal」, “A democracy is more than a form of government” 문단 전체; 영어 원문의 한국어 번역. [영어 본문](https://www.gutenberg.org/files/852/852-h/852-h.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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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이는 민주정을 함께 살아가며 경험을 소통하는 방식으로 설명한다. 다양한 관심과 접촉이 계급·인종·국가의 장벽을 낮추고 개인의 능력을 해방하는 조건이 된다. 다음 문단에서는 이런 조건을 유지하고 넓히기 위해 모두에게 지적 기회를 열어야 한다고 논한다. 기회의 질문에는 형식적인 자격만 같게 하기보다 실제로 소통하고 참여할 조건을 살피는 데 적용할 수 있다. 모든 차이를 없애거나 모든 결과를 같게 만들라는 논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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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같은 교과서와 시험을 제공해도 언어·장애·가정환경에 따라 학습자가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은 다르다. 직장에서 회의 참석권이 모두에게 있어도 발언을 가로막는 위계와 비공식 네트워크가 있으면 경험은 공유되지 않는다. 공공기관이 같은 신청서를 사용해도 복잡한 문해력과 디지털 인증을 요구하면 일부 시민은 권리에 접근하지 못한다. 참여 기회를 넓히려면 통역과 보조기기, 여러 신청 경로, 충분한 설명과 연습, 안전하게 반대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러한 조정은 사전에 완성된 목록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용자의 경험과 결과를 관찰하고 예상하지 못한 장벽을 다시 고쳐야 한다. 규칙을 만든 사람과 이용하는 사람이 분리되어 있으면 작은 불편이 누적되어 배제가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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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규칙은 자의적인 차별을 막는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접근과 참여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제도의 목적과 공통 기준을 유지하면서도 사람들이 그 기준에 도달하고 경험을 표현할 수 있는 경로를 다양하게 마련해야 한다. 참여율만 세지 않고 누가 중도에 포기했는지, 누구의 의견이 결과를 바꾸었는지, 조정 뒤 실제 성과와 소속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필 수 있다. 듀이의 관점에서 평등한 기회는 한 번 규칙을 선언하는 상태가 아니라 경험의 차이를 통해 제도를 계속 학습시키는 과정이다. 조정을 개인적 호의나 예외로 남기면 담당자에 따라 권리가 달라지므로, 반복되는 필요는 보편적 설계와 공식 절차로 바꾸어야 한다. 제도의 유연성은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경험에 응답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