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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Q123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사람의 의사를 어떻게 존중할까?

의사는 말로만 표현되지 않는다. 표정, 시선, 몸짓, 반복되는 선택, 특정 사람과 장소에 대한 반응도 좋아함과 불편함, 거절과 기대를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의 표현은 보호자와 전문가가 대신 해석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그 과정에서 해석자의 편의와 가치가 당사자의 뜻으로 바뀔 수 있다. 이 질문이 문제가 되는 까닭은 의사를 존중하려면 의미를 해석해야 하지만, 해석할수록 당사자의 목소리를 타인의 판단으로 덮을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표현의 어려움과 의사의 부재는 같은 상태가 아니다. 존중에는 표현 수단을 늘리고,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며, 익숙한 사람과 환경에서 반응을 확인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보완대체의사소통, 그림과 사물, 수어, 쉬운 글, 눈동자 추적 장치는 참여 가능성을 넓힐 수 있다. 같은 몸짓도 맥락과 사람에 따라 의미가 달라 한 번의 반응만으로 결정하기 어렵다. 과거의 선호, 일상에서 반복된 선택, 현재의 정서 상태를 함께 보아야 한다. 동시에 의사 표현을 확인하겠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시험하거나,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질문을 반복하면 또 다른 압력이 될 수 있다. 발달장애인이 음식과 일과, 주거를 선택할 때 보호자가 익숙한 표정과 행동을 해석할 수 있지만 자신의 선호를 투영할 수도 있다. 의식이 제한된 환자의 작은 움직임을 가족과 의료진이 서로 다르게 이해하는 경우에는 치료 결정의 무게가 커진다. 중증뇌병변장애인은 의사소통 기기를 통해 복잡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대화에서 배제될 수 있다. 어린이, 치매 환자, 언어가 다른 이주민, 일시적으로 말을 할 수 없는 중환자도 표현 방식과 지원에 따라 참여 범위가 달라진다. 의사를 존중한다는 말은 모든 반응을 즉시 선택으로 확정하거나 대리 판단을 전면 배제한다는 뜻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무엇을 근거로 해석했는지, 다른 해석 가능성이 있는지, 결정이 되돌릴 수 있는지, 당사자가 거부와 변경을 표현할 통로가 있는지 밝히는 일이다. 질문의 핵심은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자율성의 기준으로 삼는 데 있지 않다. 사람마다 다른 표현 양식을 인정하고, 해석의 불확실성과 권력관계를 드러내면서 당사자의 선호가 실제 삶의 결정에 반영되게 하는 조건을 이해하는 데 있다.

1. 에마뉘엘 레비나스 - 타인의 얼굴은 해석에 앞서 응답할 책임을 요구한다

#### *Totalité et infini: Essai sur l’extériorité* (전체성과 무한)

얼굴은 소유에 저항하고, 나의 권능에 저항한다.

Emmanuel Levinas, 『전체성과 무한』, Alphonso Lingis 영어 번역, 제3부 B.2 「Ethics and the Face」, 197쪽. 영어 번역본의 한국어 번역. [영어 번역본](https://wuecampus.uni-wuerzburg.de/moodle/pluginfile.php/2896578/mod_folder/content/0/Levinas%2C%20Totality%20%20Infinity%2C%20S.%2048-51%2C110-114%2C117-119%2C197-20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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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의 저항은 더 강한 물리적 힘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소유물이나 나의 능력으로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는 윤리적 저항이다. 같은 절의 197–201쪽은 타인과의 관계를 폭력과 살해의 금지에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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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없다고 의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비언어적 자폐인이 시선, 몸의 움직임, 그림, 문자판, 보완대체의사소통으로 선호를 나타낼 수 있고, 치매가 있는 사람은 특정 음악이나 공간에서 편안함과 불안을 반복적으로 보일 수 있다. 중환자실 환자의 작은 손짓, 발달장애인의 행동 변화, 어린아이의 회피도 맥락 속에서는 의미 있는 표현이 된다. 그러나 모든 행동을 돌보는 사람 마음대로 상징화하면 또 다른 대리가 된다. 한 번의 표정을 확정적 동의로 읽지 말고, 여러 상황에서 반복되는 패턴, 평소의 삶과 가치, 가까운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의사소통 방식, 당사자가 선택을 번복할 기회를 함께 살펴야 한다. 레비나스의 관점은 해석의 필요를 없애지 않으면서 해석자가 자신의 권력을 자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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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은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과 ‘보호자가 대신 정하는 것’ 사이에서 구체화된다. 의사소통에 충분한 시간과 익숙한 환경을 제공하고, 선택지를 사진·물건·쉬운 문장·체험으로 제시하며, 신뢰하는 지원자가 표현을 돕게 할 수 있다. 해석한 내용은 “당신이 이것을 원한다고 이해했는데 맞는가”라는 방식으로 다시 확인하고, 거부와 불편의 신호가 나타나면 판단을 수정한다. 긴급한 결정에서 완전한 확인이 불가능할 때에도 가장 덜 침해적인 선택을 하고 기록과 재검토의 길을 남겨야 한다. 레비나스는 침묵 속에 숨은 ‘진짜 의사’를 직관으로 알아낼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을 끝내 다 알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하면서, 그 때문에 더 주의 깊게 응답하고 쉽게 대신 말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일은 해석의 완벽함보다 해석을 독점하지 않는 태도와 수정 가능한 관계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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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 의사결정 능력을 빼앗기보다 의지와 선호의 표현을 지원한다

#### *General comment No. 1: Article 12: Equal recognition before the law* (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 일반논평 제1호)

‘최선의 이익’ 원칙은 성인에 관하여 제12조에 부합하는 안전장치가 아니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일반논평 제1호(2014), CRPD/C/GC/1, 제21항의 ‘The best interests principle’ 문장. 유엔 공식 영어 본문의 한국어 번역. [영어 본문](https://docstore.ohchr.org/SelfServices/FilesHandler.ashx?enc=FnTzN9DhC997%2BytRGB9CiAXgnJCl%2FR7hmmsqdi%2BHFkCUykQENCM8Wf%2BYusFM%2BlimH%2FRpDhdncamxegN8u4umag%3D%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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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항은 성인의 법적 능력에 관한 안전장치를 ‘최선의 이익’으로 대신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같은 항에서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도 의지와 선호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의지와 선호에 대한 최선의 해석’을 적용하도록 요구한다. 제17항과 제29항은 지원이 당사자의 권리·의지·선호를 존중해야 한다는 조건을 설명한다. 이는 위원회의 협약 해석이며, 개별 국가의 법제와 동일하다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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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말을 사용하지 않는 성인이 어디에서 누구와 살지 결정할 때, 보호자가 편리한 시설을 곧바로 고르는 것은 대리결정이 될 수 있다. 실제 공간을 방문하고 사진과 물건으로 선택지를 제시하며, 익숙한 지원자와 함께 며칠 체험한 뒤 편안함·거부·관계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치료 선택에서는 쉬운 설명문, 통증 척도, 의사소통판을 사용하고 여러 차례 질문할 수 있다. 은행 업무에서는 금액 범위를 나누고 신뢰인을 공동 확인자로 둘 수 있다. 중증 치매처럼 현재의 표현이 매우 제한된 경우에는 과거에 반복해서 밝힌 가치, 생활 습관, 사전의향, 가까운 관계의 증언을 모아 의지와 선호를 가장 잘 설명하는 해석을 만든다. 가족의 편의나 기관의 위험 회피를 당사자의 최선으로 바꾸어 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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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용 순서는 표현의 실패를 개인의 결함으로 단정하기 전에 환경과 지원을 바꾸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가장 잘 소통하는지, 누구와 있을 때 압박을 덜 느끼는지, 결정할 시간은 충분한지, 선택지를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지원자 여러 명의 해석이 다르면 근거가 된 행동과 과거 기록을 비교하고, 이해충돌이 적은 독립적인 조정자를 둘 수 있다. 결정 후에도 당사자의 반응을 관찰하여 철회와 변경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일반논평의 해석은 각국의 응급의료법·후견제도와 긴장을 일으킬 수 있으며, 현실의 모든 위기 상황에 세부 답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출발점은 분명하다. 표현이 어렵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이 권리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지원의 강도를 높여 당사자의 의지와 선호가 결정의 중심에 머물도록 해야 한다.
지원 자체가 압력이 되지 않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특정 답을 반복해서 칭찬하거나 한 선택의 나쁜 결과만 강조하면 쉬운 말과 그림을 사용해도 선택은 유도될 수 있다. 지원자는 가능한 대안을 균형 있게 제시하고, 당사자가 지원자를 바꾸거나 혼자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매우 불확실한 경우에는 해석의 근거와 반대 증거를 남기고, 가장 덜 제한적이며 되돌릴 수 있는 선택을 우선하는 방식이 권리 보장의 실질적인 안전장치가 된다.
지원의 목표는 당사자를 독립적인 의사결정자로 보이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필요한 도움을 받으면서도 결정의 저자가 당사자로 남는 것이 핵심이며, 지원의 양이 많다는 사실은 권리의 크기를 줄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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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 몸짓과 반응은 내면을 추측하게 하는 단서만이 아니라 표현이다

#### *Philosophische Untersuchungen* (철학적 탐구)

그 반대다. 고통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울음을 대체하며, 그것을 묘사하지 않는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Philosophische Untersuchungen』 제1부 §244의 고통 표현과 울음의 관계에 관한 문장. 독일어 원문의 한국어 번역. [독일어 본문](https://www.wittgensteinnachlass.com/en/w-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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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아이의 울음과 자연적인 고통 표현에 어른들이 말을 가르쳐 새로운 고통 행동이 생겨나는 장면을 제시한다. 인용문은 고통의 말이 울음을 묘사하는 보고서가 아니라 울음을 대신하는 표현임을 강조한다. 이 대목은 비언어적 표현과 언어를 단순히 내면을 복사하는 부호로 이해하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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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고를 때 손을 뻗는 행동, 특정 돌봄 제공자에게서 몸을 피하는 반응, 음악이 시작될 때 안정되는 모습은 생활 속에서 반복될 때 선호를 보여 줄 수 있다. 그림·사진·실물·보완대체의사소통 기기를 사용하면 표현의 범위가 넓어진다. 중요한 결정을 한 번의 검사실 장면에서 판단하지 않고 익숙한 장소와 충분한 시간 속에서 여러 차례 확인한다. 보호자가 “원래 이 사람은 이렇다”고 말하더라도 현재 반응이 다르면 다시 살핀다. 과거의 선호와 지금의 표현이 충돌할 때에는 어느 하나를 자동으로 우선하지 않고 변화 가능성과 위험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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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은 상대의 내면을 완벽히 알아맞히는 데 있지 않다. 표현할 조건을 만들고, 관찰된 신호를 잠정적으로 해석하며, 선택 뒤 반응을 확인해 수정하는 과정에 있다. 가장 덜 제한적이고 되돌릴 수 있는 선택부터 시도하고, 거절로 보이는 반응이 나타나면 속도와 방식과 사람을 바꾼다. 해석의 근거와 불확실성, 반대 관찰을 남겨 한 사람의 직감이 결정권을 독점하지 않게 한다. 비트겐슈타인의 결론은 몸짓이 언제나 명확한 언어라는 뜻이 아니다. 몸의 표현을 의미 없는 행동이나 숨겨진 마음의 희미한 증거로 낮추지 않고, 한 사람의 삶 속에서 배워야 할 의사소통으로 대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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